0. 만화 그리고 뭐...
경찰이나 살인을 다룬 일본만화를 보다보면 자주 보이는 소재가 설 연휴에 수배자 노무시키가 고향에 가느냐 애인집에 가느냐, 숨어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때 수배자의 지인이 설 음식을 몇인분을 사느냐를 보는 내용도 흔히 쓰이는 소재이다. 일본인들은 찬합에 든 설 음식을 먹는 전통이 있는데 예전에는 걔네도 우리처럼 존나 여자들 조지고 갈구는 게 사회적 트랜드였던지라 여자들 전통의상 입혀놓고 줘패고 윽박지르며 설 음식 만들라고 갈궜지만 자본주의가 여성의 노동력을 가정으로부터 강탈해 가면서 설 음식 생산의 역할 역시 가정에서 식당과 공장으로 옮겨갔다. 그래서 일본의 백화점이나 대형 양판점에서는 설 시즌에 설 음식을 쌓아놓고 판다. 그래서 혼자 사는 술집 년이 그걸 1인분만 사가면 혼자 먹으려고 사가는 거지만 2인분을 사가면 집에 짱박아둔 수배자 기둥서방도 먹이려고 사가는 거다 이런 식으로 형사들이 존나 잔대가리 굴려서 수사망을 좁혀간다 이런 이야기. 여자애가 존나 돼지라서 2인분을 쳐먹는다던가 그런 내용은 안 나오는 거 같다. 어딘가의 개그 4컷만화라면 써먹을 소재. 내가 저패니스라면 써먹었을지도. 하지만 난 반도의 흔한 검은머리 짐승이니까 그런 저패니스적인 소재는 거부한다냥. 십색기들이 말이야 김치 먹고 디스 피우면서 자랐으면 의리라는 게 있어야지. 일본 만화 좀 봤다고 그리는 내용 보면 이게 시발 한국에서 글자뗀 새끼들이 그리는 만환지... 음 이런 이야기는 그만 해야지. 웬지 그렇잖아. 패배자의 찌들대로 찌든 열등의식 빵야빵야 그런 거.
1. 대망의 설날이 내일로 다가왔다. 내 지금 기분은 입대 전날 밤처럼 복잡짜증하다. 아 씨발 진짜 가야 하나. 뭐 입고 가지. 별로 신경쓸 것도 없지만 그래도 깨끗한 걸로 입고 가야 할 거 같아. 가면 뭐라고 하지. 존나 또 귀찮게 하겠지. 아 씨발 진짜 가야 하나. 이런 거.
물론 내 기분이 이렇다고 설 연휴를 기다리고 오매불망하는 동포 여러분에게까지 저주를 끼얹을 수는 없죠. 취업이나 결혼, 이성관계, 돈, 빚, 살집, 머리숱, 범죄사실 여부, 나꼼수를 듣나 안 듣나 여부 등으로 서로를 갈구는 그 아수라장에 달려들어야 하는 우리 모두가 노르망디 해안의 미육군 동지들입니다. 재수없는 인간은 집 문 열자마자 엠지포리투마냥 두두두두 쏟아져 나오는 일가친척의 갈굼을 받고 쓰러질 거고 그나마 운이 좋은 인간은 자리 깔고 제사음식 좀 받아먹은 다음 텔레비전 예능프로그램을 다 같이 보며 히히덕거릴 수 있을 거고.
예전 피씨통신 시절 누군가의 글에서 명절을 점호에 비유한 것을 보고 그렇구나 싶었다. 예전에는 통신도 교통도 좆같았기 때문에 멀리 떨어져 살던 친척들끼리 서로의 상황을 파악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명절을 정해놓고 그 날이 되면 가족들이 모두 모이거나 대표자라도 보내어 여기저기 흩어져 살던 피붙이들의 상황을 직접 이야기로 듣고, 영양공급도 원활하지 않던 시절이니 모인 김에 영양공급도 충분히 해두자는 의미였다는 것이다.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지만 군대의 점호로 비유하니 뭔가 쏙쏙 와닿는다.
군대에서도 인원과 장비의 실제 숫자와 이상 여부를 파악하는 점호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명절이나 점호나, 중요한 건 알겠는데 그 중요함 이상으로 지나친 참여와 희생을 강요하고 후폭풍이 장난 아닌 모양으로 변질되니 안스러운 것이다. 군대 가서 점호 때 인원과 장비의 숫자와 이상 여부'만' 파악하고 끝나는, 말 그대로 원래 목적 그대로의 점호 만을 겪어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괜한 트집을 잡거나 애들 갈구고 조지는 용도로 악용되고 점호 당시의 상황으로도 구타와 가혹행위의 소스로 활용한다. 명절도 그렇다. 정말 애가 잘 지내는지 집안에 별일 없는지만 보고 서로 맛있는 것만 먹는다면야 별 문제 없겠지만 그것이 돈 이야기가 오가고 서로의 상황을 갈구거나, 타짜에 나오는 불법도박 조직 두목 곽철용의 인생 요령마냥 잘난 놈은 제끼고 못난 놈은 조지는 식으로 잘난 친척에게선 뜯어내고 못난 친척은 짓밟는 식으로나 쓰이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오니 서로 집에 안 가겠네요 명절이 짱 싫어요 이런 이야기나 나오는 거지.
5. 이렇게 징얼징얼대는 나에게도 사실 몇 년 전부터 즐거운 소일거리가 생겼어요. 인터넷 온갖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명절 스트레스와 저주와 고통으로 가득찬 글들을 읽으며 고소한 맥주를 마시는 거에요. 타인의 고통 덕분에 저는 제 고통을 잊을 수 있지요. 네티즌 여러분이 있어서 우리사회가 어떤지는 모르겠고 제 인생 만큼은 좀 더 윤기있습니다. 고마워요 네티즌, 당신들은 내 인생의 츠바키 데미지 케어 라인업이에요.
niMishel 12012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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