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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숨어있는 책

Ping 2011/04/16 01:36

0. 만화 그리고 썰이네요.


1. 길

간만에 홍대를 갔지. 신촌 사거리에서 홍대로 가는 길은 여러가지 선택이 있는데 제일 많이 가는 길은 신촌 다주쇼핑센터 골목으로 들어가 ### 대딸방을 지나 점집들이 오밀조밀 있는 길을 거쳐 기찻길 고기골목을 거쳐 가는이다. 이 길이 옛날에는 정말 고깃집만 무식하게 많았는데 이제는 그 많던 고깃집들이 장사를 접었고 상권 변화에 따라 이런저런 종목의 가게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기찻길을 엎어버리고 새로운 길을 만들면 새로운 상권이 전개될지 어떨지.

이 길에는 헌책방이 하나 있다. 숨어있는 책이라는 가게이다.

2. 숨어있는 책.

신촌에서 주로 놀 때부터 시작해서 상수동 살 적까지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책 한두권씩 사보던 곳이었다. 그렇게 많이 산 거 같지도 않으면서 싼 값에 한두권씩 집어오다보니 책이 밀려서 상수동을 떠난지 1년이 넘어간 지금도 책 정리가 덜 끝나 이 헌책방에서 산 조지 오웰의 1984를 읽고 있다. 

오랜만에 홍대를 가게 되면 꼭 한번 들러보는 가게인데 간만에 가봤더니 웬 빈티지 옷 가게가 되어 있었다.

잠깐 한눈판 사이 또 책가게 하나가 없어져버렸다는 생각에 잠깐 기분이 복잡해 졌다.

3. 다른데 숨었다.

그런데 숨어있는 책이 있던, 지금은 빈티지 옷가게가 된 자리에 가까이 가보니 가게 옮김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다행히 근처의 다른 자리로 옮겨간 모양이었다. 책이 늘어났는지 아니면 자릿세를 버티기 어려웠는지 몇 미터 정도 떨어진 건물 지하로 들어갔다. 지하는 습기 때문에 책에게 썩 좋은 환경이 아니지만 싼 가격 때문에 요즈음 헌책방들이 많이 내려가는 곳이다.


홍대 근처에서 헌책방 갈 일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라.


4. 궁시렁궁시렁

 책 시장이 줄어들고 책을 사는 사람이 줄어들면 헌책방 역시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사서 읽은 다음에 다시 팔아먹음직한 책들이 줄어들면 헌책방은 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다. MS 도스 3.0 가이드 북이나 포토샵 2.0 매뉴얼같은 책을 요즘 헌책방에서 사읽을 사람은 별로 없을 거다(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찍는다면 소품으로 필요할지 모르겠다.) 얼마 전에 갔던 헌책방에서는 이른바 '귀여니' 스타일의 통신어 소설책이 딱 한 권 있었다. 유행을 심하게 좇아가는 그런 소설책도 헌책방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책이다.

참고서와 패션잡지를 파는 소형 영세서점도 걱정이고 말도 안 되는 책을 베스트셀러랍시고 팝업존에 배치하는 대형서점도 걱정이고 책의 사회적 순환을 책임지는 헌책방도 걱정인데 사실 제일 걱정인 건 내 책상 주변에 정리가 안 되어 폐지마냥 쌓여있는 내 책들이니 책 장사들 잘 되라고 책 사보기도 버겁다. 그리고 나 혼자 바득바득 사본다고 책 시장이 발랄해질 거 같지도 않고.

뭐 그냥 미친 소리네요. 만화보다 내가 미친 놈이다.

niMishel 110416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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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iMish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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